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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도사를 써야 할 때 — 무엇을, 어떻게 담을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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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도사를 부탁받으면, 종이 앞에서 오래 막막해집니다. 그 사람을 잘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, 혹은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서. 그런데 좋은 추도사는 대개 잘 쓴 글이 아니라, 그 사람이 정말로 보이는 글입니다.
잘 쓰려 하지 마세요
추도사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문장을 멋지게 만들려는 것입니다. 미사여구는 오히려 그 사람을 흐릿하게 만듭니다.
"훌륭한 분이셨습니다" 같은 말은 누구에게나 쓸 수 있어서, 정작 아무도 떠오르지 않게 합니다. 대신 "늘 현관에서 신발을 나란히 놓아주시던 분"이라고 쓰면, 그 한 줄에 그 사람이 살아납니다. 추상적인 칭찬보다 구체적인 장면 하나가 훨씬 힘이 셉니다.
네 개의 뼈대
막막하다면 이 순서를 따라가 보세요.
- 관계. 나는 고인과 어떤 사이였는지. "저는 30년을 이웃으로 지낸 사람입니다."
- 일화 하나. 그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하나를 자세히. 사건보다 그때의 표정, 말투, 분위기를.
- 배운 것, 그리운 점. 그분이 내게 남긴 것. 앞으로 무엇이 가장 그리울지.
- 작별. 짧게. "편히 쉬세요", "고마웠습니다" 한마디면 충분합니다.
피하면 좋은 것
사인이나 투병 과정을 자세히 말하는 것, 특정 가족만 아는 이야기로 나머지를 소외시키는 것, 고인이 싫어했을 법한 농담. 이 자리는 남은 사람 모두가 함께 애도하는 자리임을 기억하세요.
읽기 전에
미리 소리 내어 두세 번 읽어보세요. 눈으로 읽을 때와 입으로 읽을 때는 리듬이 다릅니다. 울컥할 지점을 미리 알아두면, 그 대목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.
떨려도 괜찮습니다. 완벽하게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. 그 사람을 아끼던 마음이 한 문장이라도 전해지면, 그 추도사는 이미 제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. 장례가 끝난 뒤, 그 글을 추모 기록에 남겨두면 기일마다 다시 꺼내 읽는 자리가 됩니다.
자주 묻는 질문
추도사는 얼마나 길어야 하나요?+
2~3분이면 충분합니다. A4 반 장, 소리 내어 읽어 3분을 넘지 않는 정도가 듣는 사람에게도 편안합니다. 길이보다 중요한 건,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'맞아, 그런 분이었지' 하고 고개를 끄덕일 구체적인 한 장면입니다.
무슨 내용을 넣어야 할지 모르겠어요.+
고인과 나의 관계, 잊히지 않는 일화 하나, 그분에게 배운 것이나 그리운 점, 그리고 작별의 인사. 이 네 가지면 충분합니다. 업적을 나열하기보다 '함께 웃었던 순간' 하나를 자세히 그리는 편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.
읽다가 울 것 같아요. 괜찮을까요?+
괜찮습니다. 추도사를 읽다 목이 메는 건 흠이 아니라 진심의 증거입니다. 잠시 멈췄다 이어 읽어도 되고, 미리 신뢰하는 사람에게 '내가 못 읽으면 이어서 읽어달라'고 부탁해두면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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